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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1967

 
저자 셰익스피어

2005.11.09 (10:20:15)

 

그 사랑의 물은 언제까지나 마르는 법이 없사옵니다(해제미정리)

끝이 좋으면 만사가 다 좋으니,
언제나 끝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 과정이야 어떻든,
명성은 끝에 있는 법입니다.


-셰익스피어, 이덕수 역, <끝이 좋으면 만사가 다 좋다>, 형설출판사, 1999, 4막 4장-


* * * *


아 남자란 참 이상도 합니다(289쪽). 명예라는 것은 묘지에 세워진 허위의 비문에 불과한데, 그것 때문에 젊고, 지혜롭고, 아름다운 자질을 가진 처녀를, 사랑할 수도 없고 사랑하려고 노력하지도 않겠다고 하니…(161쪽).

“기이한 일이로다. 우리의 피는 모두 함께 부어 놓으면, 그 색깔, 그 무게, 그 열기를 전혀 구별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대변하고 있는 신분에 있어서는 그토록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니 말이다”(159쪽).

사자와 짝짓기를 소망하는 암사슴은 그 사랑 때문에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인지?(58쪽) 사랑해 봐야 소용없고 애써봐야 가망 없다는 것을 알지만, 사랑의 물은 언제까지나 마르는 법이 없어, 아무리 쏟아 부어도 차지 않는 체에, 끝없이 사랑이라는 물을 퍼부어 넣은 고아 소녀 헬레나의 애절한 사연에는(104쪽), 하늘도 감동하는 법입니다.

“내 명예가 위험에 처하게 되었으니, 그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내 권력을 행사할 수 밖에 없다. 자, 이 처녀의 손을 잡아라. 이 오만불손해서 이런 선물을 받을 가치도 없는 녀석아, 너는 나의 호의와 이 처녀의 미덕에 사악한 경멸이라는 족쇄를 채우고 있어서, 이 처녀의 결점에 과인의 무게를 더해서 저울대에 올려놓으면, 네 쪽 저울대가 천장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고, 네 명예를 어디에 심든, 그 곳에서 그것이 자라게 하는 것은 과인의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경멸을 삼가고, 너의 이익을 위해서 애쓰는 과인의 뜻에 따르도록 하라”(163쪽).

왕의 명령으로 헬레나와 어쩔 수 없이 결혼했지만, 버트럼 공작은 꼴 보기 싫은 마누라와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즉시 전쟁터로 달아납니다(177쪽). 뻐꾹새 노래부르는 것도 타고난 일이라는데(89쪽), 백작이 헬레나에게 남긴 서신을 보면, 이런 인간이 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245쪽)

“내 손가락에서 결코 빠질 리 없는 내 반지를 손에 넣고, 그대 몸에서 내가 아버지인 아이를 낳아 보여 줄 수 있을 때, 그때 나를 남편이라 부르시오, 하지만 ‘그 때’라는 것은 ‘결코 오지 않을 때’라고 나는 적는 바이오”(201쪽).

* * * *

남자들이란 모조리 똑 같은 맹세를 한다는 것입니다. 백작은 창녀로 생각했던(331쪽) 과부의 딸 다이애너에게 사랑은 신성한 것이라 하면서(253쪽), 자기 부인이 죽으면 그녀와 결혼하겠노라고 맹세합니다(257쪽).

“이제 더는 피하지 말고, 상사병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나의 품으로 뛰어들어, 내 병을 고쳐 주오. 내 것이 되겠노라고 말만 해 주면, 내 사랑은 시작할 때와 꼭 같이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오”(255쪽).

헬레나는 다이애너에게 부탁하여 백작의 반지를 요구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반지는 여러 대에 걸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온 것으로 가문의 명예가 달려 있어, 그것을 잃어버리게 되면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치욕이 될 것이기 때문에 줄 수 없다고 합니다(255쪽).

“소녀의 명예도 그 반지와 같사오니, 소녀의 순결은 여러 대에 걸쳐서 전해 내려온 우리 가문의 보물인지라, 소녀의 대에 이르러서 그것을 잃게 된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치욕이 될 것이옵니다”(255쪽).

시간은 흘러, 다이애너가 왕에게 백작을 혼인빙자로 고발하여 백작이 곤경에 처하게 되는데, 이 때 지혜로운 헬레나가 등장합니다. 백작이 요구한 반지와 그의 아이를 잉태한 헬레나는 그에게 낭군이 되어 달라고 요청합니다(341쪽). 인생이란 직물은 선한 실과 악한 실이 혼합되어 짜여 있으니(265쪽), 한 동안은 역경에 처하고 일이 어긋나는 듯이 보여도 끝이 좋으면 만사가 다 좋은 법입니다(305쪽).

“여하튼 만사가 잘된 듯하다. 그러니 그 일이 거기에 맞게 끝나려면, 쓰라렸던 일은 과거지사로 돌리고, 달콤한 앞날을 더욱 반갑게 맞이하도록 하자”(343쪽).

해설

끝이 좋으면 만사가 다 좋다

<끝이 좋으면 만사가 다 좋다>(All’s well that ends well)라는 제목은 속담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끝이 좋으면 만사가 다 좋다’는 속담은 동기야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다 좋다는 의미로 오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처럼 경구를 그릇되게 인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끝이 좋으면 만사가 다 좋다’는 식이 되어 그렇게 전성된 의미로 통용됩니다. ‘끝이 좋으면 만사가 다 좋다’는 의미는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여도 끝이 좋으면 그냥 다 좋게 끝내라’는 것입니다.

“여하튼 만사가 잘된 듯하다. 그러니 그 일이 거기에 맞게 끝나려면, 쓰라렸던 일은 과거지사로 돌리고, 달콤한 앞날을 더욱 반갑게 맞이하도록 하자”(343쪽).

<끝이 좋으면 만사가 다 좋다>의 줄거리는 오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던 흔한 민담의 두 가지 주제, 즉 버림받은 아내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과업을 수행함으로써 남편을 다시 찾게된다는 이야기와 신비한 힘을 가진 처방으로 왕의 불치병을 치료함으로써 명예와 부를 얻는다는 이야기가 결합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8쪽). 이야기의 주제는 침대 속임수(bed-trick), 반지의 교환, 처녀성과 신비한 힘의 결합 등으로, 이 이야기의 주요 재원은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 나오는 세 번째날 아홉 번째 이야기로 수록되어 있는 의 이야기입니다(8쪽). 질레타는 부유한 의사의 딸로 벨트라모(Beltramo)를 사랑하는데, 이 때 불란서 왕은 불치의 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질레타의 아버지는 임종하면서 딸에게 왕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비방을 알려주는데, 그녀는 그 비방을 가지고 왕을 치료하자, 왕은 질레타가 선택하는 사람을 남편으로 삼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신분 차이로 벨트라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왕은 강제로 결혼시키는데, 그는 결혼식이 끝난 직후 이탈리아로 도망쳐서 전쟁에 참가합니다. 벨트라모는 실현 불가능한 두 가지 조건, 결코 빼지 않을 자기의 반지를 질레타가 손에 넣고, 자기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데려오면 아내와 살겠다고 전합니다. 그녀는 순례자로 변장하고 벨트라모가 어느 몰락한 귀족 집안의 딸에게 구애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에게 자기를 도와달라고 부탁합니다(9쪽). 셰익스피어는 벨트라모를 버트람(Bertram)으로 질레타를 헬레나(Helena)로 바꾸고, 고귀한 혈통을 타고난 버트람은 비열한 인간으로 미천한 혈통에서 태어난 헬레나는 지혜롭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분장시키기 위해 백작 부인, 러퓨, 파롤, 어릿광대 러배슈를 등장시켜 아주 낭만적으로 극으로 만듭니다.

뛰어난 의술을 가졌던 나번은 무남독녀 헬레나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는데, 그녀는 후견인인 백작 부인의 아들 버트람을 사랑합니다. 백작 부인은 처녀가 칭찬 받고 그것을 보존해두는 데는 눈에서 나오는 소금물이 제일이라며, 부친 생각에 너무 슬퍼하여 울면 슬픔을 가장하고 있다고 사람들이 생각할 터이니 그만 그치라고 합니다. 헬레나는 아버지 생각에 슬프기도 했겠지만 버트람이 떠나가는 게 더 슬펐을 겁니다(53쪽).

“정말로 슬픔을 가장하고 있사오나, 슬픈 건 또한 사실이옵니다”(53쪽).

헬레나는 유난히 빛나는 별을 사랑해서 그 별과 결혼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과 꼭 같이(58쪽), 떠나가버린 버트람이 남겨 놓고 가신 기억만을 섬길 수 밖에 없게 된 사랑 때문에(59쪽) 푸념하며 죽을 수는 없었습니다. 자기의 계획이 실패할 수도 있지만, 실연하고도 자신의 가치를 발휘해보겠다고 나선 여자는 헬레나 뿐이라고 셰익스피어는 감히 말합니다(73쪽).

“하늘에 달려 있다고 생각되는 시정책이 우리 자신의 손에 달려 있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인간의 운명을 좌우하는 하늘도 우리 인간에게 자유롭게 선택할 여지는 남겨주는 법, 우리 자신이 굼뜨기 때문에 우리가 계획한 일이 늦어져 진척이 되지 않을 뿐이다”(73쪽).

우리가 자연의 소산인 이상 사랑의 고통은 면할 길이 없습니다. 청춘이라는 장미에 이런 가시가 돋아 있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가 몸에 피를 지니고 태어났다면, 그 피는 정열의 가시를 지니고 태어나기 마련입니다(97). 사랑의 강렬한 격정이 찍혀 있어 헬레나는 사랑해 봐야 소용없고 애써봐야 가망 없다는 것을 알지만, 아무리 쏟아 부어도 차지 않는 이 체에 끝없이 사랑이라는 물을 퍼부어 넣고 있는 겁니다(104쪽).

아직도 머나먼 길... 부지런히 정리해 놓도록 힘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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