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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오쿠다 히데오

2007.10.19 (10:46:01)

 

이 놈 의사 맞아?


하지만
순조롭게만 지내온 사람한테는
보이지 않는 게 많은 법이야.
이제껏 다른 세상에 살았구나.
밑에서 악전고투하는 무리는
보이지도 않았던 거구나.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은
자기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질 않아.
그러니까
일단 톱니바퀴가 어긋나기 시작하면
고치기가 어렵지.


-오쿠다 히데오, 이영미 역, <공중 그네>, 은행나무, 2005, 208쪽-


* * * *


“이 놈, 의사 맞아?”(262쪽)라는 제목에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마음이 혼란한 건 비타민 부족이 주요 원인이라며(210쪽),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오는 모든 환자에게 우선 비타민 주사부터 찌르고 보는 정신과 의사, 가끔 단순한 정장제(整腸劑)도 처방합니다(120쪽).


“아무리 의사라는 지위가 있다고 해도, 이건 분명 상식에 벗어나는 일이다”(98쪽).


“이런 또라이, 대체 뭔 생각을 하는 거야”(285쪽)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 의사, 남의 말은 절대 안 듣습니다(287쪽). 의사가 이 모양이니, 한심스런 세상이지요(111쪽).


“뭐든 약이라고 믿고 먹으면 효과를 보는 것 아니겠어. 의사를 믿으라구. 아하하!”(120쪽)


완전 맛이 갔지요? 만나는 사람마다 저런 인간은 처음이라 말하지만(265쪽)...


“맛이 간 건 당신 같은데”(262쪽).

* * * *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 되었습니다(29쪽). 사람들은 스스로 판 함정에 빠져, 맥없이 정신적 공황(panic)에 빠집니다(53쪽).


“신경을 쓰는 순간부터 공포의 대상이 된다는 말인가?”(33쪽).


사람들은 슬픔을 견디는게 싫어서 그때부터 벽을 쌓기 시작하여, 일을 회피하게 되는 것입니다(118쪽).


“아마도 자신은 닫혀 있을 것이다. 실은 사람은 무척이나 그리워하면서도 가까이 다가서려 하지 않는다”(118쪽).


마음 한구석에 숨어 있던 불안감을 애써 외면하는 것입니다. 의식하는 것조차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지만, 더 이상은 도망칠 수 없는 노릇입니다 (229쪽).


“이 아이는 자기 아버지를 믿고 모든 걸 맡긴다. 그러니 있는 힘껏 코를 풀 수 있는 것이다. 공중그네 캐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요한 건 마음을 비우는 일”(120쪽).

해설

인간이 말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인간이 말을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은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것보다 위대한 능력입니다. 피조물 중 인간만이 유일하게 말을 사용하여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진화론이 거짓이라는 또 하나의 증거입니다.

“인간의 보물은 말이다. 한순간에 사람을 다시 일으켜주는 게 말이다. 그런 말을 다루는 일을 하는 자신이 자랑스럽다. 신에게 감사하자”(306쪽).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 말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인간을 인간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것도 말입니다. 인간은 말을 사용하지 인간 구실을 하지만, 말 때문에 많은 상처를 입어 인간 구실을 상실하기도 합니다.

“말을 안 하면 치료도 안 되지. 숨기는 게 있는 환자를 치료할 수는 없어. 정신과는 이인삼각 경기 같은 거야”(168쪽).

정신과 의사로 나오는 이라부는 괴짜입니다. 도무지 상식에 벗어나는 처방만 일삼으니(98쪽), 정말 의사인지 의심스럽습니다(262쪽). 작가 히데오는 정신 사나운 세상에 정신 나간 의사를 등장시켜, 맛 나간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소신있게 살아야 한다고 충고하는 듯합니다.

“그게 아니라 그런 희한한 놈도 살아갈 수 있으니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이다, 그런 안심이 되는 거겠지”(106쪽).

맛 간 세상에 살려니 사람마다 방어 본능이 강하여 경계심은 더욱 커져(118쪽), 담요 한 장 없어도 불안해 하는 블랭킷 증후군(balnket symptom)에 시달리는 족속도 있는 것입니다(61쪽).

“라이너스는 담요가 손에 없으면 불안해서 견디질 못해. 없어지면 패닉 상태가 되거든. 다시 말해 담요가 마음을 안정시키는 근원이고, 일종의 의존증(依存症)이야”(62쪽)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인간인지. 어려운 건 처리하면서 가장 간단한 건 못한다는 걸,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204쪽). 부정적인 자기 암시 에 걸리면 평상시 아주 잘 하던 일도 잘 되지 않습니다(232쪽).

“전형적인 입스(YIPS)로군. 골프 퍼팅 입스라는 게 가장 유명한데, 원래는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 걸 가리키는 말이니까 어느 직업에나 있을 수 있지”(198쪽).

완전히 나사가 풀린(180) 주인공 이라부는 남들이 희한하게 보는 태도에는 익숙해진 지 오래입니다(76쪽). 이 얼마나 거리낌 없는 인간인지(176쪽), 한마디로 주는 거 없이 미운 놈인데(192쪽), 고민 같은 건 하나도 없는 행복한 남자로 보입니다(120쪽).

“뻔뻔스러운 인간은 그 뻔뻔스러움을 주위 사람들에게 익숙해지게 만듦으로써, 점점 더 뻔뻔스럽게 변해간다”(151쪽).

아기가 뱀을 무서워하지 않는 이유는 용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게 뭔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95쪽). 아무 생각이 없이 소신 있게 행동하라는 걸 장조합니다. 그게 현대인이 맛 나간 세상을 살아가는 요령이라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착각이 심한 인간이 또 있을까? 대체 생각은 하고 사는 걸까?”(273쪽)

일리 있는 말이긴 하지만(274쪽), 가공의 세계와 현실을 혼동하지 말아야겠지요. 픽션이 현실 세계의 투영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가공의 인물도 우리의 가상 공간에 살아있는 것이지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심각한 일들에 비하면 작가의 고민 따위는 모래알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305쪽).

정신나간 의사 이라부처럼 맛 나간 말들이 현대 소설이란 맛 간 말 나부랭이 잔치판인지도 모릅니다.

“소설이란 건 인물 설정보다는 아포리즘이죠. 잘난 척하긴. 세련된 대사 하나도 못쓰는 주제에”(292쪽).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것이지요(283쪽). 현대 소설이라도 인간 묘사가 빠질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생각한 걸 솔직하게. 중요한 건 인간을 어떻게 묘사하느냐에 달렸어요”(264).

어쨌거나 인간에겐 변화가 필요합니다(285쪽). 우리의 행동에는 언제나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니(167쪽), 기회 있을 때 중요한 일을 해야겠지요.

“중요한 건 훈련입니다”(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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