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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조셉 콘래드

2004.11.03 (07:53:23)

 

무서워라! 무서워라!

우리가 무슨 자격으로 그 세계로 들어오게 되었단 말인가?
우리가 그 말없는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세계가 우리를 지배하게 될 것인가?
말을 할 줄 모르고 아마 귀까지 먹었음에 틀림없는 그 세계가
실로 엄청나게 거대하다는 것을 나는 절감하고 있었어.
그 세계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

-조셉 콘래드, 이상옥 역, <암흑의 핵심>, 민음사, 1998, 60쪽-

* * * *


인간은 무덤 같은 도시에서 서로의 돈을 훔치거나, 맛없기로 악명 높은 음식을 삼키거나, 건강에 해로운 맥주를 꿀꺽꿀꺽 마시거나, 바보 같고 하찮은 꿈이나 꾸면서 거리를 나돌고 있습니다(161쪽). 백치 같은 탐욕의 색채가 모든 것 속에 번져 있는데(52쪽), 이따금 바보 같은 생각을(76쪽) 해 보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따금 주위를 돌아다보면서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52쪽).

인간만큼 능률적이고 효율적인 존재가 없겠지요? 인간이란 레테르는 오로지 능률에 있다고 배우고 닦아왔으니까요.

“우리를 구원해 주는 것은 능률, 능률에 대한 헌신이거든”(15쪽).

인간은 돈을 벌러 세상에 온 것 같습니다. 돈은 본래 세상에 있던 것이 아니고, 악마의 유혹을 받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인데…

“한 달에 몇 프랑만 주면 별짓을 다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거야말로 우스운 일이 아니겠소?”(33쪽).

* * * *

그 땅의 엄청난 타락상 속에서도 자기의 외모를 단정하게 유지하고 있었던 거는 바로 확고한 성품이 있었다는 뜻이랍니다(41쪽). 인간은 신기한 마술에 사로잡혀 개량적인 지식만 잔뜩 갖춘 채, 열심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교육을 받았기에 쓸모가 있었던 거야”(84쪽).

사실 인간이 처해 있던 암흑은 도저히 침투할 수 없는 암흑이어서(156쪽), 속이 텅 빈 인간은 요란한 소리로 울릴 수 있는 것입니다(132쪽).

“바보는 너무나 바보답고 악마는 너무나 악마다워서, 나로서는 어느 쪽인지도 모를 지경일세”(111쪽).

인생이라는 건 우스운 것, 어떤 부질없는 목적을 위해 무자비한 논리를 불가사의하게 배열해 놓은 것이고, 우리가 인생에서 희망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너무 늦게 찾아와서 결국은 지울 수 없는 회한(悔恨)이나 거두어들이게 된다는 겁니다(159쪽).

“그는 자기의 삶을 요약한 후, ‘무서워라!’라는 말로 판정을 내렸던 것일세”(159쪽).

해설

1 이데올로기

전래 동화에 호랑이보다 무서운 곶감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날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으려고 어느 집 방문 앞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아이가 악을 쓰며 울고 있었습니다. 그 때 엄마가 아이에게 “울지마 호랑이가 너 와서 잡아먹는다”라고 했는데, 아이는 더 크게 우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엄마가 “곶감 줄께 울지마”라고 말하자, 아이는 즉시 뚝 그쳤습니다. 밖에서 엿듣고 있던 호랑이는 놀라서 꽁무니가 빠지도록 도망갔습니다. 도대체 곶감이 뭔데 호랑이보다도 훨씬 더 무서울까?

이데올로기란 곶감과 같은 것이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곶감은 아이의 울음을 달랠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호랑이를 잡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데올로기로 처음에는 달래고 나중에는 이데올로기의 밥이 됩니다. 이데올로기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인간을 잡는데 아주 탁월합니다. 이데올로기(ideology)는 단순한 이념이나 사상이 아니라, 편집증적 행동 양식입니다. 다시 말해서 이데올로기는 골수 분자적 사상이랄까, 맹신적인 이념입니다. 어떻게 호랑이가 곶감을 무서워할까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할 수 있습니다만, 이데올로기란 바로 그 말이 안되는 것을 행동으로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불미로운 행위를 대속(代贖)해 주는 것은 이념밖에 없어요. 그 행위 이면에 숨은 이념이지. 감상적인 구실이 아니라 이념이라야 해. 그리고 그 이념에 대한 사심 없는 믿음이 있어야지. 이 이념이야말로 우리가 설정해 놓고 그 앞에서 절을 하며 제물(祭物)을 바칠 수 있는 무엇이거든•••••”(16쪽).

인간은 공산주의 이념 앞에서 죽을 수 있고 제물을 바칠 수 있는 겁니다. 지배자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지배당하던 프롤레타리아는 집단적인 반역을 통하여 승리하게 되면, 다시 정복자로서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행사합니다. 모두 약자를 지배하기 위한 강자의 정신적인횡포에 불과한 것입니다. 약한 인간을 지배하기 위한 이념인 것이지요. 곶감이 호랑이를 잡아먹을 수 있는 겁니다.

“정복자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포악한 힘뿐인데,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자랑할 것은 못 되지. 왜냐하면 누가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약하다고 하는 사실에서 생기게 된 우연한 결과에 불과하기 때문이야”(15쪽).

이데올로기에 물든 사람은 자기와 다른 색깔을 지닌 사람을 다 적으로 간주하여 공격합니다. 아주 단순한 것이지요. 노란 색(곶감)에 검은 줄이 그려져 있다는 것(호랑이)만으로 호랑이를 잡아먹어야 하는 것입니다. 코드가 다르다는 것은 죄수라는 말입니다. 피부색이 검다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노예라는 코드로 읽는 겁니다. 그래서 개똥보다도 더러운 존재로 영구적인 낙인이 찍히는 것이지요.

“그들은 죄수라고 불려지고 있어. 그들이 범했다는 법은 마치 폭발하는 대포알처럼 그들에게 들이닥친 것으로서, 바다에서 찾아온 미스터리처럼 해명하기가 어려웠을 거야”(36쪽).

곶감을 무섭다고 생각하는 바보는 없을 것입니다. 아니 곶감을 즐기고 있듯이,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인간은 그것이 가장 가치있는 것이지요.

“인간이 그런 바보스런 상황을 감내할 수 있는 능력은 자네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한정되어 있는 법이지”(70쪽).

암흑의 핵심 속으로 점점 더 깊이 침투해 들어가고 있는(80쪽) 인간은 인간을 인간으로 생각하지 못합니다. 자기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인간은 그야말로 완전히 괴물로 보이는 것입니다.

“그들을 인간답지 않다고 할 순 없었어. 내게 가장 괴로웠던 건, 그들 또한 비인간적이지는 않았다고 하는 바로 그 생각이었어. 그런 생각은 서서히 떠오르는 법이지”(82쪽).

이데올로기에 갇혀 있는 인간을 구해내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죽어도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그가 처해 있던 암흑은 도저히 침투할 수 없는 암흑이었어”(156쪽).

2 발전

발전에 대한 이데올로기는 역사가 발전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진화론입니다. 인간이 원숭이로부터 진화되었다고 믿는 것이나, 우주가 무에서 생겨났다는 것이나, 역사가 발전한다는 것이나 동일한 발전 이데올로기입니다.

“일찍이 이 세상에서 걸어다닌 동물 중에서도 가장 점잖고 가장 조용한 사람이었다”는 프레스레벤 선장이 두 마리의 검정색 암탉을 흥정하다가 부당한 대접을 받았다는 생각 때문에, 늙은 검둥이 추장을 마을 사람이 지켜보는 몽둥이로 두들겨팹니다. 그 추장의 아들은 아버지의 비명소리를 듣고 광분한 나머지 창으로 그 백인을 한 번 찔러봅니다. 주민들은 장차 온갖 재앙이 닥쳐올 것을 예상하고 숲속으로 도망쳐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어쨌든 우리가 발전이랍시고 내세우는 그 대의명분이 그 암탉들에게까지 힘을 뻗치고 있었던 거야”(21쪽).

아주 착한 사람도 아프리카 검둥이를 사냥하여 노예로 팔아넘기는 일을 자랑스럽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자국의 발전을 위해 미개의 땅에서(발전했다고 믿는 인간의developed 눈으로 볼 때에는 미개의undeveloped 땅이다), 원숭이처럼 사는 검둥이를 사냥하는 것은 보람있는 일이었을 겁니다. 늑대를 효율적으로 사냥하기 위해서는 잘 훈련된 개가 필요했을 겁니다. 아주 말 잘 듣고 사냥 잘 하는 개가 좋겠지요.

“그 역시 강둑에 서서 손뼉을 치거나 발을 구르고 있어야 했겠지만, 그런 야만적인 행위를 하는 대신에 신기한 마술에 사로잡히고 개량적인 지식만 잔뜩 갖춘 채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일세. 그는 교육을 받았기에 쓸모가 있었던 거야”(84쪽).

검둥이들에의해 신처럼 아주 신비롭게 떠받들어진 인간 커츠는 발전 이데올로기의 제물이었습니다. 그는 신이 아니라, 암흑의 심장(Heart of Darkness, 이 책의 제목)에 누워있는 인간이었습니다.

“나는 죽음을 기다리며 여기 암흑 속에 누워 있답니다”(157쪽).

말로는 그의 마지막 순간을 이렇게 읊조립니다.

“내가 그 변화에 감동했다고는 할 수 없고, 오직 매혹되었을 뿐이지. 마치 베일이 찢어지면서 어떤 새로운 모습이 드러나는 것 같았어. 그 상앗빛 얼굴에서 나는 음침한 오만, 무자비한 권세, 겁먹은 공포, 그리고 치열하고 기약 없는 절망의 표정이 감도는 것을 보았거든. 완벽한 앎이 이루어지는 그 지고(至高)한 순간에 그는 욕망, 유혹 및 굴종으로 점철된 그의 일생을 세세하게 되살아보고 있는 것이었을까? 그는 어떤 이미지, 어떤 비전을 향해 속삭이듯 외치고 있었어”(157쪽).

그의 마지막 외침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는 낮은 목소리로 두 번 외쳤습니다.

“무서워라! 무서워라!”(158쪽).

이따금 바보 같은 생각은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이따금 하는 바보 같은 생각이 무서울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따금 바보 같은 생각을 하는 수가 있잖은가?”(76쪽).

3 세계관

이데올로기는 편집증적 세계관, 곧 아주 편협한 세계관입니다. 세계관(worldview)은 세계를 보는 눈이란 뜻인데, 인간은 자기가 보는 대로 행동하니 세계관을 행동 양식, 또는 삶의 체계(life system)라고도 합니다. 세계관은 삶의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서 한국에서 자라난 사람은 한국 사람의 특성을 미국에서 성장한 사람은 미국인의 특성을, 어떤 특정 학교 졸업생이면 그 학교의 세계관을 갖게 됩니다.

‘그레데인들은 항상 거짓말쟁이’(딛 1:12)라는 것은 그레데인들은 거짓말하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거짓말 하는 습관이 되어, 마치 거짓말을 거짓말인줄 모르고 사용하는 사람과 같습니다. 어떤 사기성 있는 말들에 대해서도 진리인 것처럼 이해될 수 있습니다. 검둥이를 아프리카 밀림 속에 짐승처럼 사는 것보다 그들을 거기서 데려와 노예로 부리는 것이 훌륭한 일을 했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훌륭한 숙모께서는 그런 사기성이 있는 말들의 홍수 속에서 살다보니 그만 그 속에 홀딱 빠지게 되었던거야. 그녀는 ‘수백만에 달하는 무지한 원주민들을 그네들의 그 무시무시한 풍습으로부터 떼어내야 한다’고 떠들었는데”(28쪽).

여자들이 여자로 자신의 세계에서 사는 것도 하나의 세계관인 것입니다. 이 세계관은 남성들과의 충돌로 아름답게 바라보던 이상이 산산조각을 깨지기도 합니다.

“여자들은 어찌하여 그처럼 진실과 거리가 먼 소리만 할까.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 그네들은 자기네 자신의 세계에서만 살고 있는 셈이야. 일찍이 여인들의 세계에 비유될 만한 것은 없었고, 또 있을 수도 없지. 그 세계는 너무 아름답기만 하고, 따라서 여인들이 그런 세계를 세워놓는다 해도 바로 그날 해가 떨어지기도 전에 그 세계는 허물어지고 말 거야. 이 세상이 창조되던 날부터 우리 남성들과 만족스럽게 공존해 온 모종의 괘씸한 사실이 툭 튀어나와서 그 여자들의 세계를 모두 허물어뜨리고 말테니까”(28쪽).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든, 돈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든, 돈을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것도 세계관의 소행입니다.

“한 달에 몇 프랑만 주면 별 짓을 다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거야말로 우스운 일이 아니겠소?”(33쪽).

물론 배고픔 때문에 영혼을 파멸시켜야 하는 아픔을 감수해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게 오래 지속되는 배고픔과 맞서서 싸우기보다는 가까운 사람들과 사별하거나 망신을 하거나 영혼의 파멸을 겪는 쪽이 더 수월할 것이네. 이건 슬픈 일이지만 엄연한 사실이야”(95쪽).

모종의 탐욕에 젖어 무자비한 우행(愚行)을 범하고 있는 악마 같은 인간도(37쪽), 고상한 이유가 아니라 돈을 벌러(46쪽) 암흑의 세계에 들어간 것입니다. 가슴에 기괴한 문신을 그려넣고, 딱한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조폭도 검은 양복의 신사로 단정하게 꾸미는 것은 상식입니다.

“하지만 그는 그 땅의 엄청난 타락상 속에서도 자기의 외모를 단정하게 유지하고 있었던 거야. 그건 바로 그에게 확고한 성품이 있었다는 뜻이 아니겠나? 그 풀을 먹인 칼라라든가 셔츠의 장식용 가슴받이도 모두 그의 성품이 빚어낸 결과였을 테고”(41쪽).

인간을 오로지 과학적인 흥미로 탐구하려는 과학자도 있고 과학의 발전과 인간에게 기여하기 위해 인간을 짐승과 바꾸는 의사도 있습니다. 평화를 위한답시고 원폭을 개발한 과학자나 돈을 위해 노예 사냥을 하는 상인이나 실제로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실제 필요로 하는 것은 돈이지만, 아주 고상한 방법으로 돈을 우려내는 지식인이 있고, 천박하게 버는 상인이 있는 겁니다. 그러고보면 인간은 고상하게 돈을 벌려고 공부를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공부하는 것처럼 고상하게 여겨지는 것은 없지요. 어떻게 사느냐는 것은 세계관에 있는 것입니다.

“나는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에 만났던 의사가 ‘현장에서 개인의 정신 상태가 변화하는 것을 지켜본다는 것은 과학을 위해서 흥미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라고 말하던 일을 생각했지. 나는 내 자신이 과학적으로 흥미있는 존재로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군”(46쪽).

아담은 낙원에서 죄를 지어 추방당했는데, 그의 아들 카인은 세상에서 자기 동생을 돌로 쳐죽입니다(창 4:8). 세상에 살 자격도 없는 인간이 주인행세를 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가 무슨 자격으로 그 세계로 들어오게 되었단 말인가? 우리가 그 말없는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세계가 우리를 지배하게 될 것인가?”(60쪽)

삶의 전달, 곧 세계관의 전달은 쉽지 않습니다.

“옮길 수 없고말고. 그걸 옮기기는 불가능해. 우리의 일생에서 그 어떤 특정한 시기의 삶에 대한 지각을 옮길 수는 없다구. 그 삶의 진실, 그 의미 그리고 그 오묘하고 꿰뚫는 본질을 구성하는 것 말이네. 그걸 전달하기는 불가능해. 우리는 꿈을 꾸듯이 살고 있으며, 그것도 혼자서•••••”(62쪽).

다른 사람들이 실체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로서는 외양만을 볼 수 있을 뿐, 그 외양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결코 알 수 없는 법이야”(66쪽).

“우리 인간의 대부분은 바보도 아니고 고상한 인물도 아”닙니다. 자기 자신의 세계관을 인식하지 못하며 살고 있을 뿐입니다.

“바보는 너무나 바보답고 악마는 너무나 악마다워서 나로서는 어느 쪽인지도 모를 지경일세”(111쪽).

4 인생

인생이란 무엇인가? 인생은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일까? 인간이 인생에 대해서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요즈음 세대를 사는 사람에게는 인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부질없는 질문이겠지요. 인생에 대해 자문(自問)없이 산다는 것은 인생을 사는 것이라 할 수 없을 겁니다.

“인생이라는 건 우스운 것, 어떤 부질없는 목적을 위해 무자비한 논리를 불가사의하게 배열해 놓은 게 인생이라구. 우리가 인생에서 희망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우리 자아에 대한 약간의 앎이지”(159쪽).

삶에 대해 인간이 알고 있는 것도 말도 되지 않는 허식에 불과한 것입니다. 인간이란 침입자들인데, 자기네야말로 완벽히 안전하다고 하는 확신을 가지고 생업에 종사하고 있으면서, 위험에 처해서도 위험한 줄도 모르고 있는 바보들의 당치않는 허세를 부리고 바보처럼 잘난 척하는 존재입니다(161쪽). 그래서 인생은 하찮은 꿈이나 꾸며 무덤 같은 도시의 거리를 방황하며 도둑질해서 자기들의 배를 채우기에 급급한 것입니다.

“나는 그 무덤 같은 도시로 되돌아와서 길거리를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의 꼴을 보고 속상해하고 있었어. 그들은 서로의 돈을 훔치거나, 그 맛없기로 악명 높은 음식을 삼키거나, 건강에 해로운 맥주를 꿀꺽꿀꺽 마시거나, 바보 같고 하찮은 꿈이나 꾸면서 거리를 나돌고 있었던 거야”(161쪽).

그러다가 인생이 뭔지 알만할 때가 이르면 세상을 떠날 때입니다. 늙은 사람은 인생에 대해 지혜가 있지만, 젊은이들에게 가르쳐주기에도 너무 늦습니다. 늙으면 무기력해져서 허무와 후회의 한도 품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앎은 너무 늦게 찾아와서 결국은 지울 수 없는 회한(悔恨)이나 거두어들이게 되는 거야”(159쪽).

이제 유언을 들을 시간입니다. 누구든 죽음의 순간에는 진지해지며 경건해집니다. 마지막 순간에 압축해서 남겨둘 진실에 대해서 영원히 기억하려고 합니다. 인생이야 어떻게 살았든, 남아있는 사람들은 떠나는 사람의 마지막 진실을 담아두려고 합니다. 야망속에 살아간 커츠에게 그의 비극적인 인물 약혼녀는 나직한 소리로 말합니다.

“훌륭하게 살아오셨듯이 훌륭하게 돌아가셨겠지요”(173쪽).

위대한 사람의 천품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있는(171쪽) 이 ‘비극적인’ 여자에게, 마음속에는 멍하니 분노가 들끓고 있어도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173쪽). 이렇데 얘기해도 별로 틀린 말은 아니겠지요. 나쁜 것도 좋게 들릴 수 있는 말이니까요.

“그분의 임종은 어떤 면으로 보아도 그분의 일생에 걸맞는 값진 것이었습니다”(173쪽).

그녀는 “그를 사랑했습니다. 그를 사랑했지요!”라고 하면서 고집스럽게 말합니다.

“그분이 남긴 마지막 말씀을 말해 주십시오. 제가 의지하며 살아갈 말씀 말입니다”(175쪽).

말로는 어둠이 끈질긴 속삭임으로 “무서워라! 무서워라!”고 되풀이하고 있는 듯한 소리를 발할 뻔 했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말합니다.

“그분의 마지막 한 마디는 당신의 이름이었습니다”(175쪽).

그녀는 알고 있었다는 듯이, 확신하고 있었다는 듯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웁니다. 말로의 독백은 어떤 엄청난 암흑의 핵심으로 통하고 있는 듯 합니다(176쪽). 말로는 자기가 진실로 원한 것이 무엇이었던가조차 분명히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165쪽).

“커츠는 자기가 정당한 대접을 받는 것을 원할 뿐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나는 그를 그렇게 대접할 수가 없었어. 나는 그녀에게 진실을 말할 수가 없었던 거야. 그 진실이 그녀에게는 너무 암울하게, 온통 너무 암울하게만 들렸을 테니까”(175쪽).

커츠의 인생은 암흑의 핵심을 요약한 말 ‘무서워라!’로 정리할 수 있겠지요. “그건 육신의 고통으로 가득하고 만물의 덧없음이나 심지어는 고통 자체의 덧없음에 대한 무관심한 경멸로 가득한 형상 없는 회색 비전이었”(160쪽)습니다. 죽음을 상대로 씨름을 할 수 밖에 없고 그것이 무익한 몸짓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 그 보이지 않는 세계의 문턱을 넘어가는 바로 그 알 수 없는 순간 속에, 인생은 ‘무서워라’는 말로 압축되었을 것입니다(160쪽).

“그는 자기의 삶을 요약한 후 ‘무서워라!’라는 말로 판정을 내렸던 것일세”(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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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재창 정말 내가 바라는 것은 내 생의 마지막이 다하는 순간 무서워라 라고 자신의 삶을 요약했던 어느 누구의 삶처럼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적어도 평안한 마음으로 이생을 끝내고 싶습니다...인생은 우리가 가진 세계관으로 살아가는 것이기에... 삭제
이선영 마지막까지 읽어내려 갔을 때 대사만큼이나 무서웠다. 인간의 광기만큼이나 무서운 것이 또 있을까 생각한다. 세상에서의 덧없고 의미없는 삶을 살며, 그것에 대해 말할래야 말할수 없는 순간을 모험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세계관을 가지고 내가 진실로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문턱을 넘어가는 그 알 수 없는 순간, 인생을 미소로 압축하기 위해서... 삭제
정신혜 나는 어떤 암흑속을 헤메며 어리석음을 정당화하고 있을까? 행여 잘못된 세계관속에서 살고 있는지 않았는지 생각해 본다. 바보스럽다 못해 무서울 정도의 이데올로기 속에 빠져 죽기전 카츠가 남긴 '무서워라'가 내 마지막 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삭제
김미선 '무서워라, 무서워라' 하나님이 창조하신 거룩한 곳에서 서서히 번지는 탐욕의 색채를 알았을때.. 이미 숨은 거두어 질때에 남기는 말인 것이다. 나에게도 마지막 말을 남기는 순간이 올것인데.. 그때 나의 마지막 말은 무엇일까? 삭제
채미주 마지막 순간에 나의 삶을 요약할 집약된 한 마디가 무엇이 되어야 할 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부질없는 목적을 위해 무자비한 논리를 불가사의하게 배열해 놓은 인생이 되지 않기를 원합니다.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