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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장 그르니에

2004.11.24 (11:31:27)

 

나는 이제 환상에 속지는 않는다

그때 나는 반항했고, 거부했고,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지금도 인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제발 공범은 되지 않았으면 싶다.
다시 말해서,
나는 이제 곧 죽게 될 사람들을 정면으로 똑바로 볼 수 있게 되고 싶다.
왜냐하면,
나 역시 그렇게 될 사람들 중의 하나이니까.
그러나
우리는 모두가 다 동시에 죽는 것은 아닐 터이니,
항상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장 그르니에, 김화영 역, <섬>, 민음사, 1997, 113쪽-


* * * *


인생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 인생이 가는 마지막 종점이 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섬들을 생각할 때면 왜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되는 것일까? 바다의 시원한 공기며 사방의 수평선으로 자유스럽게 터진 바다를, 섬 말고 어디서 만날 수 있으며, 육체적 황홀을 경험하고 살 수 있는 곳이 섬 말고 또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나 섬(island)에 가면 격리된다(isole). 섬, 혹은 ‘혼자뿐인’ 한 인간. 섬들, 혹은 ‘혼자씩일 뿐인’ 한 인간들”(123쪽).

섬은 고독한 인생의 멋진 상징이지요? 고독하다는 건 곧 비극적이라는 것입니다.

“대국적인 견지에서 보면 삶은 비극적인 것이다. 바싹 가까이에서 보면 삶은 터무니없을 만큼 치사스럽다”(31쪽).

이렇게 터무니 없고 고독한 세상을 살게한 것은 악마의 유혹이라지요?

“이 세상에는 완전한 것이란 없음을 나도 잘 알지만, 이 세상에 일단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이 세상 속에 일단 얼굴을 내밀기로 작정만 하면, 우리는 더할 수 없을 만큼 기묘한 악마의 유혹을 받게 된다. 목숨이 붙어 있는데 왜 안 살아? 왜 제일 좋은 걸 안 골라? 하고, 귀에다 속살거리는 그 악마 말이다”(32쪽).

* * * *

인생 여행은 작은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떠나지만, “삶을 살아가노라면 만사가 신비로운 수수께끼”(56쪽)입니다. 인간의 삶은 다른 동물들과 반대여서, 다른 동물들이 잠들 때 인간은 잠깨어 일어납니다(56쪽).

“일체의 노동이란 노예 생활이라고 여기는 존재들이 거기서, 인간이라면 오로지 가장 부유한 이들만이 누릴 수 있을 화려한 사랑놀이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56쪽).

인간들은 가장을 하고 연기를 하나(58쪽), “배우게 되는 것은 무엇이나 다 보잘 것 없는 것들”(61쪽)입니다. 어떤 도시를, 어떤 짐승을 사랑하는 것과 어떤 여자를, 어떤 친구를 사랑하는 것, 이런 모든 애정을 표시하는 데는 오직 한 가지 말밖에는 없는 겁니다(64쪽).

“사랑하는 마음을 나타내려고 할 때,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 이외에 다른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환상에 속지 않겠다(78쪽)고 결심한 인간의 인생은 “아무 것도 하는 일 없는 공백의 페이지”(167쪽)일 것입니다. 그에게는 어디든 “짤막한 공간속에 긴 희망을 가두어” 둔 섬입니다.

“여행을 해서 무엇하겠는가? 산을 넘으면 또 산이요, 들을 지나면 또 들이요, 사막을 건너면 또 사막이다”(175쪽).

해설

1

글이 길고 어렵다고 불평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교양인이라면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는 글이며, 엄청나게 긴 글을 줄여 놓았으니 이건 아주 짧은 것이라 하면서 이 정도도 안 읽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대답하곤 합니다. 저 자신도 글을 쓴다는 것을 곤욕스럽게 느낄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짧고 쉽고 굵게 쓸 수 없을까 고민하기도 합니다. 원하지 않는 글을 써서 읽지 않는 것보다는 쉽게 써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지요. 하지만 속담처럼 영화제목처럼 ‘쉽게 들어온 것은 쉽게 나가는 법’(Easy Come, Easy Go)입니다. 인생을 가볍게 살려면 가벼운 글만 읽는 것이 좋을 겁니다.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세상 문화가 너무 저속하다고 염려합니다. 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저속한 문화에 길들여지는 젊은 사람을 보며 미래를 걱정하기도 합니다. 환경이나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냉철하게 문제점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그러한 세상 문화에 길들여진 자신은 보지 못합니다. 세상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식인이나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성 세대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나 해결책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거나 바빠서 책을 읽지 않는다면, 인간 사회나 공동체에 대해 바르게 기여하기 어렵습니다. 김화영 교수가 <섬>의 역자 서문에서 ‘글의 침묵’이라는 제목으로 감동적으로 만드는 침묵을 어떻게 번역할까 하는 고민과 함께 ‘아름다운 글’을 잃어가는 세대를 자조(自嘲)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은 썩지 않는 비닐로 표지를 씌운 가벼운 책들을 쉽사리 쓰고 쉽사리 빨리 읽고 쉽사리 버린다. 재미있는 이야기, 목소리가 높은 주장, 무겁고 난해한 증명, 재치 있는 경구, 엄숙한 교훈은 많으나 ‘아름다운 글’은 드물다”(16쪽).

‘<섬>에 부쳐서’ 알베르 까뮈가 한 말입니다.

“내가 <섬>을 발견하던 무렵쯤에는 나도 글을 쓰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막연한 생각이 진정으로 나의 결심이 된 것은 그 책을 읽고 난 뒤였다. 다른 책들도 이 같은 결심에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지만, 일단 그 역할을 끝낸 다음에는 나는 그 책들을 잊어버렸다. 그와는 달리 이 책은 끊임없이 나의 내부에 살아있었고, 이십년이 넘도록 나는 이 책을 읽고 있다. 오늘에 와서도 나는 <섬>속에, 혹은 같은 저자의 다른 책들 속에 있는 말들을 마치 나 자신의 것이기나 하듯이 쓰고 말하는 일이 종종 있다. 나는 그런 일을 딱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다만 나는 나 스스로에게 온 이 같은 행운을 기뻐할 뿐이다. 그 어느 누구보다도 적절한 시기에 스스로의 마음을 경도하고 스승을 얻고, 그리하여 여러 작품을 통하여 그 스승을 끊임없이 존경할 필요를 느꼈던 나 자신에게는 더 없이 좋은 행운이었다”(11쪽).

2 공(空)의 매혹

인생이 허무하다는 것은 인생의 종점에 다다른 사람들의 공통적인 견해입니다. 인생 무상, 허무, 공(空)은 만인의 공리(公理, axiom)인 것입니다. 특히 인생의 문제를 탐구한 불교의 근본적인 교의(doxa)입니다. 불교는 인간 자신곧 아래로부터 탐구(discovery)의 결과이며, 기독교는 인생 무상을 죄의 결과로 보는데 이는 위로부터 온 계시(revelation)의 결과입니다.

“나에게 새삼스럽게 이 세계의 헛됨(vanite)을 말해줄 필요는 없다. 나는 그보다 더한 것을, 세계의 비어 있음(vacuite)을 체험했으니 말이다”(26쪽).

어린 시절 진작에 인생 허무를 깨달았다면 천재인 걸까? 조숙해서 알 수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왜 사냐고 묻지만, 허무하다고 느껴버린 사람에게는 허무한 질문이지요.

“나는 그냥 살아간다기보다는 왜 사는가에 의문을 품도록 마련된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 하여간 ‘덤으로’ 살아가도록 마련된 것이다”(28쪽).

삶을 살아가노라면 자연히 자신을 방어하겠다는 생각이 들고 절대로 그런 것 따위는 느끼지 않고 지냈으면 하지만 이것 저것 고르게 되어있습니다(31쪽). 이러한 인생을 전체적으로 보면 비극적인 고문이고, 한 단면을 보면 치사스럽게 사는 것입니다.

“대국적인 견지에서 보면 삶은 비극적인 것이다. 바싹 가까이에서 보면 삶은 터무니없을 만큼 치사스럽다”(31쪽).

가장 좋은 것이 반드시 가장 비싼 것은 아닐 터이지만, 상표가 다른 두 자루의 펜을 놓고 마음에 소용돌이를 일으킨다는 것이 참혹합니다(32쪽). 한 번의 상처쯤이야 그래도 견딜 수 있고 운명이라 여기고 체념할 수도 있지만(31쪽), 날이면 날마다 우리는 더할 수 없을 만큼 기묘한 악마의 유혹을 받게 됩니다(32쪽).

“목숨이 붙어 있는데 왜 안 살아? 왜 제일 좋은 걸 안 골라? 하고 귀에다 속살거리는 그 악마 말이다. 이렇게 되면 곧 뜀박질을 하고 여행을 떠나고••••• 그러나 ‘이제 막’ 욕망이 만족되려고 하는 순간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순간인가?”(32쪽).

세상에 귀한 것도 없고 천한 것도 없습니다. 악마의 속살거림에 속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가장 못한 것이 오직 다르다는 이유로 널리 쓰일 수도 있다. 가장 좋은 것도 없고 못한 것도 없다. 이 때에 좋은 것이 있고, 저 때에 좋은 것이 있다”(32쪽).

반야심경에 색즉시공(色卽是空)이라는 말이 나오지요? 뭔가 의미를 부여하며 고군분투했던 일들도 공(空)으로 돌아갑니다. 그게 공의 매혹이라나요?

“내가 지나온 날을 돌이켜보면, 그것은 다만 저 절묘한 순간들에 이르기 위한 노력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33쪽).

3 행운의 섬들

“사람들은 여행이란 왜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95쪽).

여행은 일상적 생활에서 졸고 있는 감정을 일깨우는 데 필요한 활력소입니다(95쪽). 아주 하찮은 것을 위해서라도 여행을 할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96쪽). 인생이란 “내면적인 노래를 충동질하는”(95쪽) 여행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서 도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되찾기 위하여 여행한다고 할 수 있다”(97쪽).

자기 인식이 이루어지고 나면, 여행은 완성된 것입니다(97쪽). 자기 자신임을 인식하게 되는 엉뚱한 인식을 모든 인식 중에서도 가장 참된 것으로 여기게 됩니다(98쪽).

“따라서, 인간이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통과해 가야 하는 저 엄청난 고독들 속에는 어떤 각별히 중요한 장소들과 순간들이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97쪽).

한 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만큼 광대한 평원의 풍경들이 보이지만, 어떤 열쇠 구멍으로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어서, 찬미의 눈물이 아니라 ‘무력함’의 눈물을 흘립니다(98쪽). 위대한 풍경의 아름다움은 인간의 힘으로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찬 것이었습니다(100쪽).

“그는 자기가 절대로 이룰 수 없는 모든 것을, 하는 수 없이 감당하게 마련인 미천한 삶을 깨달은 것이었다. 그는 일순간에 그의 염원들의, 그의 사상의, 그의 마음의 무(無)를 깨달은 것이다. 모든 것이 거기에 주어져 있었지만 그는 어느 것 하나 가질 수 없었다”(99쪽).

“우리가 배우게 되는 것은 무엇이나 다 보잘 것 없는 것들”(61쪽)입니다. “삶을 살아가노라면 만사가 신비로운 수수께끼”(56쪽)라는 것이지요.

“가장 달콤한 쾌락과 가장 생생한 기쁨을 맛보았던 시기라고 해서 가장 추억에 남거나 가장 감동적인 것은 아니다. 그 짧은 황홀과 정열의 순간들은 그것이 아무리 강렬한 것이라 할지라도, 인생 행로의 여기저기에 드문드문 찍힌 점들에 지나지 않는다”(101쪽).

죽지 않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경박한’ 주제에 대하여 ‘진지하게’ 연구하는 부질 없는 문제에 대하여 박학해진다는 “인간의 삶이란 한갓 광기”(60쪽)인 것입니다. 고양이를 사랑하거나 친구를 사랑하거나 어떤 여자나 어떤 도시를 사랑한다는 것, 모두 다 사랑한다는 것인데(64쪽), 특별히 다를 게 뭐 있겠습니까?

“내 마음속에 그리움을 자아내는 행복은 덧없는 순간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단순하고 항구적인 어떤 상태이다. 그 상태는 그 자체로서는 강렬한 것이 전혀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매력이 점점 더 커져서 마침내는 그 속에서 극도의 희열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그런 상태인 것이다”(101쪽).

자격을 갖추면 우리는 온갖 것들을 얻게 됩니다(105쪽). 그러나 아무런 자격도 없으면서, 우리는 획득될 수 있는 모든 것을 획득합니다.

“그러나 나는 오로지 가장 미천한 조건 속에서, 그리고 송두리째 은총의 결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을 뿐이다”(104쪽).

4 부활의 섬

“나는 이제 곧 죽게 될 사람들을 정면으로 똑바로 볼 수 있게 되고 싶다. 왜냐하면 나 역시 그렇게 될 사람들 중의 하나이니까”(113쪽).

죽음과 광기에 사로잡혀 있는 백정은 자기가 왜 병에 걸렸는지, 친구들하고 저녁때 카페에 앉아있는 것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마시는 것보다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패들하고 항상 어울렸더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거라고 합니다(113쪽). 이 사내는 아침에 홀로 카페에 가 아페리티프를 한 잔씩 하면서 자유롭다는 기분, 다른 사람들처럼 기계가 아니라는 기분을 낸 것도 문제였노라고 합니다. 건강에 해로웠던 또 하나의 이유, 아마 이것이 가장 나빴을 거라고 합니다.

“갑자기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신경이 예민해진 것이 바로 그거예요”(114쪽). 젊었을 때에는 남들의 말 따위에 콧방귀도 안 뀌던 사람이 소심해졌던 겁니다. 인간은 결코 혼자 살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 때문에 나는 죽게 된 거예요. 나는 나만을 위해서 사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남들을 위해서 살고 있었던 거예요”(115쪽).

“별 것 아닌 걸 가지고 말이 많구나” 하고 생각하겠지요? 사람은 별 것 아닌 걸 가지고 죽을 수 있는 겁니다.

“그때 나는 너무 젊어서 사람이 육체적으로 아주 약해지면 마음도 따라서 약해져 가지고, 별것 아닌 아픈 기억만으로 자살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116쪽).

죽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죽은 후의 일로 마음을 쓰고 있는 사람에게 “비겁하게도 몇 가지 희망적인 말로”(119쪽) 헛되이 느껴지는 대답을 해야 하는 고통을 절감한 사람도 있을 겁니다.

“내세를 믿는다는 것이 그리도 위안이 된다고들 하지만! 그러나 나로서는 그 죽음이라는 맹목적이고 숨막히는 사실에 대하여 고집스러운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120쪽).

로마의 역사가 슈에토니우스가 쓴 미친 황제 칼리귤라(Caligula, 12-41)의 이야기는 말할 수 없이 끔찍한 내용이었지만, 백정의 마음에 몹씨 들었습니다.

“제단에서 어떤 희생자를 죽일 준비가 한창인 것을 본 칼리귤라는 망치를 집어들고 형리를 때려 죽인다. 그는 어느 날 재판정에 나와 있는 피고, 증인, 변호사들을 모조리 죽이게 하면서 ‘이자들은 모두가 마찬가지로 죄인이야!’하고 소리친다”(122쪽).

“아! 인생은 아름다워”(122쪽). 부질없는 이야기가 삶에 그토록 집착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입니다. “명예냐, 불명예냐, 부유하냐 가난하냐와 같이 대체로 인간들을 서로 구별지어 주는 관습적 차별은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는 코미디”이며, “나중 것이나 먼저 것이나 매한가지이고 먼저 것이나 마찬가지로 나중 것도 중요”하며, “작은 일도 큰일 못지않게 화급한 것”입니다(88쪽).

“만인에게 감추어진 삶에는 어떤 위대함이 있다. 구태여 데카르트와 파스칼의 이야기를 해야만 할까?”(89쪽).

우리는 인생의 한 쪽면만 볼 뿐입니다.

“달은 우리에게 늘 똑 같은 한 쪽만 보여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 또한 그러하다. 그들의 삶의 가려진 쪽에 대해서 우리는 짐작으로밖에 알지 못하는데 정작 단 하나 중요한 것은 그쪽이다”(90쪽).

5 보로메의 섬들

“나는 이제 환상에 속지는 않는다”(78쪽).

삶의 여행을 떠나는 인간은 변할 수 있을까? 인간은 참되게 자기 인식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인간은 변할 수가 없다고 누가 말하는가? 인간은 지금까지 변화밖에 한 것이 없다. 기독교의 성인은 고대의 현자와 닮은 것도 아니고 현대의 시민과 닮은 것도 아니니 말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어떤 새로운 인간을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159쪽).

그러나 “어떤 인간은 짓밟히고 짐승과 같은 상태로 천대받는다. 요령을 배운 다른 사람들은 신처럼 존경받는다”(141쪽). “아름다움이란 너무나도 빈곤한 귀중품이어서”, 그것을 “발견하면 어디서나 성스러움의 벌겋게 달군 부젓가락으로 낙인을 찍어 그것을 파괴”(139쪽)하는데, 부질없는 인생이 대체 어떤 의미가 있단 말인가?

“여행을 해서 무엇하겠는가? 산을 넘으면 또 산이요, 들을 지나면 또 들이요, 사막을 건너면 또 사막이다”(175쪽).

그렇다고 공의 매력 때문에 죽을 수는 없을 겁니다. “섬, 혹은 ‘혼자뿐인’ 한 인간. 섬들, 혹은 ‘혼자씩일 뿐인’ 한 인간들”(123쪽).

“우리는 항상 어디 가나 우리를 따라다니는 어떤 존재를 우리들의 마음속에 지니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 다른 존재는 단순한 정신적 애착만으로도 가까워질 수 있다”(170쪽).

태양과 바다와 꽃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보로메 섬들이 될 것 같습니다(176쪽). “아무 것도 하는 일 없는 공백의 페이지”, “완전히 공백 상태인 오늘만이 아”닌, “일생 속에는 거의 공백인 수많은 페이지들”, 오늘도 “자기의 일기 수첩(agenda, 어원적으로 내가 해야 할 일들이라는 뜻)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겁니다(167쪽).

“그러니 누군가 말했듯이 이 짤막한 공간 속에 긴 희망을 가두어두자”(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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